토리보리 일상/에세이

삶의 의미는 어디에나 있다

Torybory 2025. 4.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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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은 시각.
아파트 단지 사이로 조용히 들어오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았다.
오늘도 누군가는 야식을 시켜 먹는구나.
내일은 월요일인데, 야식보다는 일찍 자는 게 낫지 않을까?
 
배달 아저씨는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신다.
배달을 마친 아저씨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걸어갔고,
그 작은 불빛도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저마다의 불빛이
켜졌다, 사라졌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오늘도 하루가 간다.

 
내일은 또 월요일이다.
최근 평일 아침은 늘 정신이 없다.
딱 출근 준비만 하고, 회사로 뛰쳐나가는 반복된 날들.
 
씻는 일은 늘 귀찮다.
그래서 그런지 샤워를 할 때면 꼭 철학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오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저마다의 불빛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다들 행복할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걸까?
.
.
.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분명한 건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뭘 할 때 가장 행복할까?
생각해보면 힘들 때마다 책을 읽었다.
어릴 적에는 만화도 참 좋아했다.
하나의 말풍선에서 시작된 생각들이 말풍선을 타고 줄줄이 이어지는 느낌,
그건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어느 순간, 그 느낌들은 형언할 수 없는 울림으로 머릿속을 멤돈다.
그 울림은 빠르게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고,
가끔은 반짝 빛나는 글이 되었다.
그 반짝임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실망할까 두려웠고,
결국 판도라의 상자처럼 혼자만의 글을 숨기고 또 숨겼다.
그렇게 지난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나만 느끼는 줄 알았던 감정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는 걸.


예를 들면,
나는 어릴 적 짜장면집에 전화하는 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전화를 걸면 집 주소를 까먹을 것 같고, 주문 내역도 헷갈릴 것 같고,
카드인지 현금인지, 쿠폰은 어떻게 되는지… 온갖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때는 나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콜포비아’, ‘전화공포증’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겪는 감정이었다는 걸.
내가 느낀 사소한 감정에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나의 이야기를 부끄럽게만 여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들이 내 안에서 메아리치곤 한다.
그래서 가끔 글을 쓴다.
숨 쉴 때처럼 자연스럽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썼다고 한다.
나는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계속 쓰게 될 거라는 건 알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하나의 불빛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가끔 늦은 밤, 강가를 산책하다 보면
수많은 아파트에 켜진 불빛들이 보인다.
그 불빛은 야경이 되고,
그 야경은 멀리서 보는 이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
불빛 아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간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하나의 불빛을 쏘아올려 보려 한다.
잠시 반짝이고 사라지더라도,
그게 불꽃놀이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사람은 ‘의미’를 먹고 산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도,
거기에 의미가 없다면 공허할 뿐이다.
남들이 좋아 보여서 따라 하는 삶에도
내 의미가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


의미를 찾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 의미를 음미하는 순간마저 괴로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의미를 찾으며 살아간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시시푸스’처럼,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면서도
그 순간의 바람과 꽃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아직 인생을 다 알 순 없지만
어쩌면 인생은 긴 고통 속에서
짧은 즐거움을 음미하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 고통은, 그 열매를 더 달게 만들어주는
필요한 배경일지도.
 
그래서 오늘도 의미를 찾는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천천히 발견한다.


월요일 아침.
긴 평일이라는 고통이,
주말이라는 열매를 더 달게 만든다고 믿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당신의 불빛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됩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도 같이 잘 살아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