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IT 회사 생존기

To. 내가 만났던 모든 상사들에게

Torybory 2025. 2. 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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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내가 만났던 모든 상사들에게💔

 

회사란 무엇인가?
자고로 회사란 다 같이 모여 일하고 자기 밥 값을 해내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 밥줄을 쥐고 흔들수도 있는, 다양한 유형의 상사들을 만났다.


1. 다정하고 능력있는 상사

말 그대로 최고의 유형.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다. 대게 그 직급에 걸맞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겸비하고 있고, 자기 팀원에 대한 정이 깊어서, 아랫 사람의 잘못을 쉴드쳐주고, 모난부분은 다듬고 잘한 부분은 치켜세워주는, 그야말로 멋진 사람이다.

저런 사람의 특징은 일단 보기 드물다는 것이며, 늘 내 팀이 아닌 다른 팀의 팀장 혹은 상사라는 것이다.
또한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도 내면서, 일의 힘듦이나 강도에 대해 불평불만하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갖추고 있다.

누구나 잘한다 하고 본인도 그걸 알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아랫사람을 챙기고 이끌어가려고 한다. 단점이라하면.. 그런 공동체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직원은 개인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서 어떤 조언이나 협동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당신, 그렇다면 그 자리 내게 달라. 그런 상사는 거의 없다. 그리고 회사내에서 협동을 하면 아주 효율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봤을때 너도 나도 좋은 사기 전술인데, 그것을 내가 힘들게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아도 상사가 나서서 분위기 풀어주고 하니 더욱 좋다. 그저 그 배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된다.

2. 일은 잘하는데, 본인 기준으로 모든 것을 보는 상사


이런 상사는 좀 까다롭다. 일단 본인이 일을 잘하고 스피디하게 움직이는건 인정. 근데 이제 그 기준을 자기에게만 적용하는게 아니라 아랫사람한테도 적용한다. 재촉하고 째려보고... 건방진 태도가 약간씩 느껴지지만 상사니까 망치로 때릴 수 없다. 가만히 놔두도록 하고, 망치는 서랍에만 넣어두자.

그리고 이런 사람의 관상은 일단 굉장히 까탈스러워 보인다. 대게 깡마르거나 아니면 좀 피곤해보인다. 이런 상사와 같이 일하면.... 그냥 말 없이 내 일만 잘 해내면 무탈하게 갈 수도 있겠다.

간혹 이런 상사에게 아부를 떨고 아양을 잘 보여서 특혜 아닌 특혜를 받는 사람도 봤는데,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우리는 일단 평범한 시민이라고 가정하고 그런 능력은 없다고 했을때, 그냥 입 다물고 일만하고, 시킨 거 두 번 안 물어보고, 보고는 딱 할 말만 하고, 질문은 최대한 삼가면 되겠다.

이들은 그래도 생각보다 마음이 따스할 수 있어서, 회식자리나 이런데에서는 츤데레처럼 굴 수 있지만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면 딱딱해지는데 그냥 그러려니하고 놔두자. 일하기도 바쁘다.

3. 착한 척하는데 남 노동력 갉아먹을 생각만 가득한 상사


흠.. 이런 유형이 꽤나 많다.
그들은 자기 말로는 일단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고 한다. 위치가 꽤나 높은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단 첫 인상에 당신을 파악한다. (일단 그들이 초반에 고생하며 높이 올라간건 인정하는데 이제 좀 쉬고싶고 일 하기 싫다 이 말이다.)

그리고 좀 일을 배울 기회를 주겠다며 지 업무를 넘겨준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배움을 강요받아서 강제로 해야한다. 물론 배움은 님 스스로 해야한다. 거기서 "아니요?" 라고 하면 짤리기를 각오하거나 아니면 그 정치판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상사놈이라도 일단 상사이기 때문에 나보다 가진 권한이 더 많다. 그런것 때문에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이나 해고 통보를 받지 않으려면 저런 사람이 눈꼴시려워도 일단 안약 두 방울 넣고 모니터 열심히 보고 일 할 준비를 해야하는데, 쉽지 않을거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게 일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일이 많다는 것을 매우 자주 홍보한다.

아이고~ 힘들어~ ㅇㅇㅇ부장~ 나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아이고 나 요즘 집가서도 일하잖아~~ 아 오늘도 야근해야겠다~~ 나 지금 죽겠어요~


같은 식의 푸념을 자주 늘어놓음으로써, 듣다 못한 아랫사람들이 '고생많으십니다..' 라고 해주면 본인의 입지가 더 강화되어 의기양양한듯 자기의 그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듯한 사람 코스프레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의 기행을 알면서도 멈추게 할 수가 없고 그냥 빨리 도피하거나 그런 사람 밑에 있으면 안되는데, 경험상 그나마 그런 푸념보이&걸 들의 일 떠넘기기 스킬을 안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이 있긴하다.

다만 이 방법은 당신이 어느 정도 회사 내공이 쌓여있다는 가정하에 사용해야 하는 패시브 스킬임을 잊지 말라

기생충 상사 퇴치법 : 음........ 이라고 하기

일단 일을 제안 받았을때 음....... 이라고 해라. 안다. 인터넷에는 웃으며 일을 거절하거나 그럴듯한 말로 둘러대며 지혜롭게 위기를 넘기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만 경험상 그건 불가능하다. 일단 웃을 수가 없다. 진지한 분위기 일수도 있고.. 그냥 본인이 평소에 잘 안 웃을수도 있다. 또 그럴듯한 말을 하려면 평소에 그런 변명을 생각해놔야 하는데 그런 말이 적재적소에 안 떠오를 수도 있고, 일단 상사는 내 업무를 대강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라면 그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거다.

그래서 일단 음........... 이라고 하고 뜸을 들이는거다. 그러면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를거고 그동안 서로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은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버는거고, 멍멍이 상사는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비겁하고 부적절한 거래를 제안하는 것인지.. 혹시나 저 어린놈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양심이 있는 놈이라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렇게 뜸만 들여도, <이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같은 말을 들음으로써 당신이 해당 업무를 잘 해내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는 핑계를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음..... 이라는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이런 것을 파악해라.

  • 이건 언제까지 해야 하는건가요? (데드라인이 너무 가까우면 가까워서 부담스럽고 못할 수 있겠다는 식으로 언질을 줘야함)
  • 저는 이런 부분은 잘 모르는데, 하다가 잘 모르면 물어봐도 될까요? (=이건 너랑 나랑 공동 책임 맞지?)
  • 상세 내용이 어떻게 되나요? (당신이 이해할때까지 처음에 싹 다 물어놔야 나중에 귀찮아지지 않음)


그리고 그냥 무표정으로 그런 것들을 물어보고 차분하게 대응한뒤, 업무를 받고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일단 상대가 자기 업무를 주는걸 불편하게 생각하게 한다는 느낌만 주면 된다. 어차피 그런 상사 퇴치는 불가하고, 그냥 그에게 공격받는 빈도수를 줄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은 예의도 차렸으니 그런 상사에게 쿠사리를 들을 꼬투리도 남기지 않았다. 변명도 없었고 깔끔했다.
그런데 사정이 있으면 당연히 말하는게 맞다.

제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고 있어서 두 업무를 같이 병행하게 되면 상사님께서 주신 이러이러한 업무를 제때에 못 끝낼 것 같습니다.


-> 이후, 제안 시작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까지는 도와주시고 나머지는 제가 진행해 볼 수 있을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 알아들었으면 니 업무 니가 좀 처리해라)


또는

이 부분을 같이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은 죄송하지만 도와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하다고 해야 상대의 입을 딱 다물게 할 수 있음. 그리고 상대는 상사이기 때문에 거절을 너무 단칼에 하면 안되서, 아이고ㅜ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를 어째..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눈빛으로 보면서 말해야 더 이상의 부탁을 막을 수 있음)

뭐 하여튼 그렇다.
부탁하기에 불편한 사람이 되게 되면 그 사람도 그냥 다른 사람을 찾거나 하게 된다. 이런 것때문에 진급이 늦거나 그 상사와 막연한 관계가 되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그걸 해준다고 해도 인생 뭐 더 크게 나아지지 않을수도 있다.

선택은 당신의 성향따라, 가치관따라 정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얌체같은 상사를 싫어해서 왠만하면 일을 떠맡고 싶지도 않고, 아부하겠다고 먼저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묻지도 않는다.

처음에 내 상사가 나에게 따뜻한 척 다가오면서 나보고 조금 더 싹싹해져야 한다며, 상사들 한테 먼저 가서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도 해야한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과 그냥 본인한테만 좋은 이기적인 가스라이팅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냥 속으로 손절하고, 내 할 일만 묵묵히 했다. 미움받을 용기는 어느정도 가져야 함은 기본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상사들이 있는데, 다음 시간에 이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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